2023. 11. 12. 10:31ㆍ법무사민사집행법(법원실무제요2020)
1. 증명의 정도 – 소명
보전소송절차에서 사실인정은 증명 대신 소명의 의한다(민집 279조 2항, 301조). 소명은 증명보다는 낮은 정도의 개연성으로 법관으로 하여금 일응 확실할 것이라는 추측을 얻게 한 상태 또는 그와 같은 상태에 이르도록 증거를 제출하는 당사자의 노력을 말한다. 보전처분은 피보전권리의 존부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집행보전을 위하여 잠정적인 조치를 취함에 불과하고, 긴급히 재판하여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일반소송절차에서와 같이 사실인정을 증명에 의하여 할 필요가 없다.
다만 실무에서는 보전처분의 종류, 내용, 채무자가 입을 가능성이 있는 손해의 정도 등에 따라 증명에 가까운 고도의 소명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채무자에게 장래 금전배상으로는 전보할 수 없을 정도의 현저한 손해를 가져 올 우려가 있는 가처분을 할 경우(만족적 가처분 가운데 이러한 것이 많으나 반드시 이에 한하지 않는다.)일반 제3자에 대해서까지 절대적 효력을 가지는 이사 등의 직무집행정지, 직무대행자선임의 가처분을 할 경우 등이다.
2. 소명의 방법
(1) 소명의 방법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소명은 즉시 조사할 수 있는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민소 299조). ‘즉시 조사할 수 있는 증거’라 함은 그 증거방법에 시간적으로 즉시 조사할 수 있는 상태에 있고 장소적으로 심리가 행하여지는 그 장소에 현재하여, 조사를 위하여 사전에 또는 새삼스럽게 법원의 준비행위를 필요로 하지 아니하여 심리기간 내에 조사를 마칠 수 있는 증거를 의미한다.
즉시 조사할 수 있는 증거방법으로는 법원이 변론을 열었을 경우에는 즉서에서 제출할 수 있는 서증이나 검증물, 재정하고 있는 증인, 감정인 또는 당사자본인신문 등을 들 수 있고, 법원이 변론을 열지 않고 서면심리나 심문만을 하는 경우라면 서증, 검증물, 참고인신문 등을 들 수 있다.
(2) 문서 등의 송부촉탁신청(민소 351조, 366조), 문서제출명령신청(민소 343조, 366조), 법원 밖에서의 증거조사신청(민소 297조)은 즉시성이 없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대결 1956.9.13. 4289민재항30). 재정증인이라고 하여도 그수가 너무 많아 통상 당해 기일 중에 전부에 대한 증거조사를 마칠 수 없는 때에는 미처 조사를 마치지 못한 증인은 원칙적으로 즉시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실무상 즉시 조사할 수 없는 증거방법은 다른 증거방법으로 전환하여 제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면 인증의 대용으로서 진술서·감정서, 검증의 대용으로는 현장 또는 목적물 사진, 영상 등을 제출한다.
(3) 증거방법으로서 검증, 감정을 신청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받아들이지 아니하나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의 경우에는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 당사자가 목적물의 특정을 위한 감정을 신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당사자로 하여금 적당한 방법으로 감정하게 하여 그 감정서를 소명자료로 제출하게 하고, 법원이 감정인에게 직접 감정사항을 지시할 필요가 있다면 그 신청인의 비용부담으로 적당한 감정인을 현장에 임하게 하여 감정사항을 지시하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
또한 일조권침해 등을 이유로 한 공사금지가처분이나 특허·실용신안건, 컴퓨터프로그램저작권 침해금지가처분 사건에서는 예외적으로 감정신청을 채택하기도 한다. 공사금지가처분 사건에서는 검증신청을 받아들이는 사례도 있으며, 특허·실용신안권침해금지가처분 등의 경우에는 당사자 쌍방의 관계자를 불러 기술설명회를 갖는 경우가 많다. 기술설명회는 심리를 통하여 쟁점이 구체화된 후에 여는 것이 효과적이며, 쟁점이 어느 정도 정리된 후에 기술설명회를 열고 쌍방으로 하여금 추가서면을 제출할 기간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4) 참고인신문은 증인신문절차에 준하여 시행될 수 있지만 심문절차는 당사자의 주장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절차일 뿐 증거조사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 아니므로 참고인신문을 증인신문과 같이 취급할 수는 없다. 따라서 참고인에게는 출석의무가 없고, 또한 선서를 하게 할 수 도 없다.
(5) 증거절차의 실시에 관하여서도 소명의 즉시성에 비추어 될 수 있으면 당해 기일에 증거결정을 하고 그에 대한 증거조사를 마치고 증거조사만을 위하여 기일을 속행하지 아니함이 바람직하다.
본안사건과 보전처분신청사건이 병행하여 진행되는 경우에 본안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에서 그 보전처분신청사건까지 모아서 두 사건을 함께 진행하여 동시에 재판하는 예가 아직 까지도 더러 있으나, 이러한 실무의 운영은 필요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행하여지는 것이라 하더라도 신속성의 요청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
(6) 서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인증은 진술서 등을 활용하게 하고 증인이나 참고인신문도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간단하게 마침으로써 간이·신속한 잠정적 구제 제도로서의 보전처분의 성격에 맞는 심리가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7) 법원이 소명규정에 위배하여 즉시성이 없는 증거방법을 조사한 경우 그 절차위배는 소송절차에 관한 이의권 포기·상실의 대상이 된다.
3. 소명사항
(1) 보전소송에서 채권자는 피보전권리의 존재와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에 족한 구체적 사실을 소명항여야 한다. 소명이 비록 경감된 심증을 뜻한다고 할지라도 소명을 요하는 사실의 일부를 소명하였다고 하여 당연히 나머지 부분까지 추인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채권자는 피보전권리를 구성하는 구체적인 사실과는 별도로 보전의 필요성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사실을 소명하여야 한다.
(2) 채무자가 제출한 반증 또는 항변의 입증에 관하여도 당사자평등의 원칙상 역시 소명에 의하여야 한다.
(3) 문서가 서증으로 소명사항의 입증을 위하여 사용될 때에는 그 성립의 진부도 보조사실로서 소명사항으로 보아야 한다. 대체적으로 문서의 기재 자체로 보아 작성명의인이 작성한 것임에 의문이 생기지 않는 한 소명이 있다고 할 것이다.
(4) 그러나 관할, 당사자능력, 소송능력, 법정대리인, 소송대리권 그 밖의 소송요건은 명문의 규정이 없고, 공익적 사항으로서 직권조사사항이며, 본래 소명에 친하지 아니하므로 보전소송에서도 증명의 대상이 된다.
(5) 보전처분의 이의나 취소사건에서도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민사집행법 279조를 준용하여야 하므로 채권자와 채무자의 입증은 소명으로 족하다(대판 1964.5.12. 63다751).
4. 소명책임
(1) 보전소송에서도 일반원칙에 따라 증명책임의 분배가 인정된다. 따라서 채권자는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사실에 관하여 소명책임을 부담하고, 채무자는 피보전권리에 대한 항변사실과 보전의 필요성을 멸각하거나 보전처분을 저지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의 존재 등에 관하여 소명책임을 부담한다.
(2) 법원은 사건의 성질과 발령하여야 할 보전처분의 내용 등을 살펴 채무자에게 항변사실을 주장·소명할 기회를 주는 것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면 당사자평등의 원칙상 채무자심문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사건에 따라서는 채무자에게 방어방법을 제출할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어도 성질상 급박하여 채무자에게 심문의 기회를 부여할 여유가 없거나, 채무자를 심문하게 되면 보전처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채무자를 심문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채권자에게,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거나 채권자가 주장·제출한 자료에 의하여 통상 제기될 수 있는 항변사실의 부존재나 그 항변사실에 대한 재항변사실을 소명하도록 하는 것이 실무례이다.
5. 소명의 대응
(1) 소명이 없거나 부족할 때에 법원은 당사자 또는 법정대리인으로 하여금 보증금을 공탁하게 하거나 그 주장이 진실하다는 것을 선서하게 하여 소명에 갈음할 수 있다(민소 299조 2항). 이는 즉시성에 의하여 증거조사가 한정되기 때문에 소명이 곤란하게 될 경우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2) 조문상 소명이 없는 경우에도 소명대용이 허용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지만, 소명이 없는 경우에는 보전처분신청을 기각하여야 하므로 소명대용이 허용되지 않는다. 판례도 피보전권리나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소명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피보전권리 또는 보전의 필요성이 없음이 소명된 경우에는 법원으로서는 보전처분을 발령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결 2010.4.8. 2009마1026).
(3) 실무에서는 손해담보를 위한 보증(민집 280조 2항, 301조)만이 이용될 뿐, 민사소송법상 소명대용으로서 보증금공탁이나 선서를 민사집행절차에서 이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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